Holy+Lands+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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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 '홀리 랜드'

아버지

답장이 없지만
편지를 계속 쓸게요

유대감이 끊어지지 않고

아버지가
낯선 사람이 되지 않고

아버지를 잊지 않도록요

아직도 화나셨어요?

제 솔직한 고백 때문에?

그건 아버지 인생이 아니라
제 인생을 바꾸는 고백이었어요

저와 얘기하고 제 웃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나요?

희한하게 아버지를 못 볼수록
아버지를 닮아 가요

거울 속에서 아버지를 봐요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닮아가요

한겨울에도 아버지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요

어렸을 때 싫어한
터틀넥을 입는다니까요

런던에 살 때
아버지가 자주 입었죠

수염이 안 나는 부분도
똑같아요

희한한 모험을 하며
행복하시길 빌어요

이스라엘에서
돼지를 키우다니

평범하게 골프나 치시지

신을 자극하려는 건가요?

답을 받으려고요?

홀리 랜드

답을 찾고 돌아오시길 바라요

돼지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금붕어도
못 키우게 하셨죠

제안할 게 있어

말해 봐

형편없는 당신 연극을
또 보는 대신에

잘생긴 남자랑 저녁 먹을래?

끝내주겠네

잘생긴 남자 찾으면 알려 줘

그냥 두고 가야겠어

오리진스

이스라엘, 나사렛

안녕...

안녕합니까

안녕하십니까

로젠머크 씨

안녕하십니까

로젠머크 씨!

안녕하십니까

- 여기요
- 왜요?

문제가 생겼어요

- 받아요
- 로젠머크 씨

로젠머크 씨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젖꼭지는 12개인데
새끼는 13마리니

한 마리가 작아요

- 그래요
- 약해요

- 약해요?
- 네

아직 이해가 안 되네요

젖병을 물리라는 거예요?

네

천천히

- 젖병을 물려 봐요
- 해 볼게요

-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요
- 그래요

소리치고 초인종을 눌러도
대꾸도 없더군

돼지를 아기처럼
안고 있었다니까

못 들은 척하면서!
정신 나간 사람이야

위에 날짜 썼어?

네, 이제 시작해요?

박박 문질러, 리브가
세제 더 뿌려

뿌렸어

절대 안 지워질 거야

그냥 버려야 할까?

한 번 빠는 거론
안 될 수도 있어

아빠, 언제 시작해요?

그래, 알았다

로젠머크 씨께

돼지 농장 때문에
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두 번째 편지야

알아, 그 사람도
지적하고 싶겠지

그럼 답장을 보내고
첫 편지 받은 걸 인정해야 해

- 영리하네
- 아주 영리해요

더는 내 전략을
설명하게 하지 마

- 아브라함?
- 준비됐어요

돼지 농장 때문에
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한 번 더 써요?

아니, 다시 시작하는 거야

알았어요

어이

뭐 하는 거야?

매일 밤 깨우면 어떡해?

힘들어 죽겠네

돼지야

왜 이래?

나 자야 해
이러면...

잠깐만, 알았다

죽겠네

자, 내 발가락 빨지 마

이리 와

뱀이 상징하는 건 뭐지?

악?

맞아, 또?

성기?

- 재미없다, 베냐민
- 죄송합니다

- 아모스
- 농부한테 답장이 왔어요

잘됐군

돼지 농부가
어떤 변명을 하는지 볼까?

- 네
- 네

'랍비께, 전...'

'선생님의...'

그냥 베냐민한테 주겠나?

'난 농장에서만
돼지를 키웁니다'

'바다 위에 있는
하와이 방갈로처럼요'

'성지에는 족발 한쪽도
내딛지 않았죠'

'테러리스트들을 쫓으려고
선생님이 사 갔을 때는 빼고요'

'지난달 뉴욕 타임스를 보니'

'이스라엘 군이 곁에
목줄을 단 돼지가 있더군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됐어, 이리 내

'난 실천하지 않지만
종교를 존중합니다'

'선생님을 불쾌하게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날 타락한 놈팡이라고
부르는군요'

일부러 자극한 거야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베이컨에 환장합니다'

'난 텔아비브 식당에서
유일하게 베이컨을 팔죠'

'메뉴에 베이컨 에그가 있고
인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돼지 피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테러리스트를 쫓으려고
돼지 피 주머니를 버스에 매죠'

'버스에서 자폭하면
돼지 피가 묻으니'

'부도덕한 존재가 돼
천국에 못 들어가니까요'

'내가 돼지 피를 공급하도록
연결해 주면'

'더는 베이컨을
안 팔아도 됩니다'

'선생님은 다른 랍비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니...'

'열린 마음 어쩌고 말입니다'

'날 이해할 겁니다'

'도로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겁니다'

'내 일을 하는 걸
막을 수 없죠'

어떠냐?

해리 아저씨 승
선생님 패

슈비반 선생님

벨기에, 브뤼셀

슈비반 선생님

선생님, 잠깐만요

- 애나벨
- 안녕하세요

내일 보는 것 아니었나?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무슨 일이지?

좀 곤란한 상황이에요

돈을 못 드려서
내일 상담을 취소하려고요

지금 취소해도
내일 돈을 드려야 하지만요

왜 못 주는데?

아빠가 9주째
제 돈을 안 보내 줘요

네 돈?
아버지 돈?

상담 시작인가요?

넌 34살이야

아직 학생이고요
그런 사람 많아요

기성세대가
경제를 말아먹었죠

요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근할까 고민이야

왜?
내가 못 탈 것 같아?

그래, 네 말이 맞아

우스운 생각이지

스케이트보드 탈
나이는 아니니까

너도 용돈 받을 나이 아니야

평소대로 내일 5시에 와

지금부터 첫 직장을 찾아서
월급을 받으면

그때 돈을 내

됐지?

감사합니다

뉴욕에 돌아가면
바로 엄마를 봐요

참, 표는 엄마가 사요

뭐예요?

이건...

훌륭한 아동 심리학자의
이름이야

딱 너 같은 청소년들을
잘 치료하지

도와줄 수 있는 겁니까?

세 시간이나
매달려 있었잖아요

다 시도해 봤어요

소를 '성장시키는'
어르신 이웃 밀라드가

- 도움을...
- 키우는 거예요

- 네?
- 소는 키우는 거라고요

돼지 농장에서 전신주에 매달려
영어로 말하는데

좀 봐주시죠

미안해요

소를 성장시키는
이웃이 뭐요?

돼지 농장을 지나는 전선이
자기 농장에 못 들어오게 해요

독실한 무슬림이거든요

저쪽에는
라피에르 부인이 사시죠

65세 미스 이스라엘요

부인은 나사렛이
기독교인들 거래요

예수의 땅이라면서요

그래도 어르신을
좋게 생각해요

알아요

우리 집에 찾아오거든요

내가 데이트 신청하길
바라면서

하이힐을 신고
이 진창을 뚫고 와선

나한테 과일 바구니를 주죠

어르신 팬이에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동쪽으로 가세요
새 정착지가 있어요

저 아래로요?

네

오, 주여

하나님을 찾을 때죠

혹시...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방이 있나?

영상으로 얘기하는 건데...
뭐라고 하지?

영상 통화요?

됐어요, 곧 모니카와
통화할 거예요

내 전부인이랑 통화하기 싫어

그럼 왜 1번으로 저장했어요?

미국, 뉴욕

해리, 지금
영상 통화 건 거야?

- 당신 괜찮아?
- 죄송해요

그거 채소 주스야?

요즘 정말 힘든가 봐

영상 통화의 세계에 잘 왔어

데이비드한테 일부러
연락 안 하는 걸 다시금 알려 주네

잠깐 입 좀 다물어 봐

당신이 전화했잖아

당신 감 좋다

나 오늘 MRI 찍거든

요즘 어지러워

그래, 행운을 빌어

또 통화해

걱정해 줘서 고맙네

- 쓸데없는 걱정이야
- 이제 내 차례야

아들과 연을 끊고
딸과 연락도 안 하고

한심한 돼지 때문에 날 떠나?

- 해리
- 어떻게 꺼?

- 애나벨이 당신 연락을 기다려
- 버튼을 누르세요

34살짜리 딸이
월세를 못 내고 있어

버튼이 두 개야
빨간색이랑 초록색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 어제 래즈 부부와 저녁 먹었어
- 이제 끊는다

- 보석을 어찌나...
- 끊어

해리

- 재수 없어
- 맙소사

못 말린다니까

잠깐만, 아빠가 나갈게

카탄 랍비?

네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이 망할 표지판을
사방에 설치할 겁니까?

돼지 농부인가 보군요
반가워요

반갑자고 온 거 아니에요

날 계속 괴롭히면

화가 많이 날 겁니다

날 때리기라도 하게요?
100살은 돼 보이는데요

100살요?

당신은 난쟁이 똥자루예요

얘기 끝났어요?
애들이 기다려서요

안 끝났어요

이 나라에는 법이 있어요

내가 돼지를 키우든
악어를 키우든 상관 말아요

정부에 맡기라고요

여기가
유대교 국가인 건 알죠?

내 나라이기도 해요

알아요
그럼 정결하게 하고

역겨운 짐승으로
우리를 수치스럽게 하지 말아요

당신이나 정결하게 해요

같잖은 수염과
모자와 코트는 집어치워요

그늘에 가도 37도라고요

꼭 정신 병동에서
탈출한 사람 같구먼!

로젠...

로젠머크 씨
안식일에 오시죠

이거나 먹어라

별종

아빠

아빠 소식이 없네요

오빠 기분이 어떤지 알겠어요

상처받아서 계속 우는데도

처음으로 아빠가 곁에 없어요

어떻게 제가 흘리는
눈물이 증발하면

- 바다나 구름이 되거나
- 이게 뭐야?

화장실 변기 물이 되죠?

내가 떠난 줄 알고 겁났어?

슬픔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어야 해요

심리학자나 침술사나

사회 과학 지도자 말고
진짜 의사요

제 슬픔의 근원을 찾아서
제거하는 사람이죠

아버지

아들

좋아 보이세요

고통스럽고 아프겠지만

슬픔이 사라질 거예요

이를 뺀 아이한테 사탕을 주듯이
분홍색 약을 발라 주면

제가 아니라
고통이 사라지겠죠

제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빠뿐이에요

에스메랄다 기억하세요?

전 네 살 때
첫사랑에 빠졌어요

이렇게 말했죠

'사랑해, 토미'

'네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

숨 쉬어요

토미는 이렇게 말했죠

'난 에스메랄다가 더 좋아'

다른 애들이 못 보도록
학교 밖에서 기다렸어요

아빠한테 그 일을 얘기하고
아빠 셔츠에 코를 풀었죠

숨을 참으세요

아빠는 말없이 절 위로했어요

내쉬세요

전 벨기에 와플을 먹고
우린 차에서 노래했죠

전 브뤼셀을 떠나
뉴욕으로 가요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워요

봄이 오지 않을까 봐 겁나요

제 마음에서 사라진 사랑처럼
잃어버린 계절이죠

난 항상 환자들한테
가족이 없다고 생각해

누구를 사랑하고 의존하지 않고
과거도 없어

인간적 교류보다는
병만 치료하려고 해

환자들 얼굴 뒤에 있는
생명을 보려고 하지

안 그럼 내 마음이 아프니까

알겠어?

다른 의사를 찾아볼까?

아니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당신이 문을 열어 줬어

해리는 잘생긴 의사였지

난 프랑스인 인턴이었고

당신 맨발이었던 것 기억나?

당신 부모님 아파트에
있었잖아

이스트 75번가였나?

당신은 해리를 먼저 봤어

해리는
눈길을 끄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기회를 놓쳤지

난 경쟁이 안 됐으니까

당신은 명랑했고

참 아름다웠어

영원히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어

얼마나 남았어?

늦출 수 있어

그냥...

정확한 숫자를 알려 줘

말하기 힘들어

몇 달 더 살자고
화학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말해 줘, 미셸

도움이 될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생기는 거잖아

사람들은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지

난 다를 거야

낭비하는 시간을

귀중하게 쓰고 싶어

1년

그 정도야

1년 남았어

오빠

- 왔어?
- 잘 지냈어?

반갑다

들어가?

빨리 가자

- 그래
- 가자

오리진스
데이비드 로젠

엄마 저기 있다

옆에 타임즈 비평가야

개자식이지

본론만 짧게 말할게

당신은 형편없는 얼간이야

왜 아들이랑 얘기를 안해?

소리치고 싸워

입 꾹 다물고 있는 것보단
뭐든 나아

하지만

고맙기도 해

당신이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고

식사 초대를 엄청 받았거든

당신 얘기를 할 때마다
빵 터져

반유대주의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진 모르겠다만

모니카에게

그게 짧은 거야?

무슨 편지를 두 장씩 써?

난 일이 바빠서 이만

해리에게

이스라엘에서 돼지를 키운다고
반항아가 되진 않아

기껏해야
음식 포르노 판매자지

베이컨계의
래리 플린트인 거야

중동의 해리 플린트겠네

모니카에게

뉴욕에서 하이힐 신고 돌아다녀도
캐리 브래드쇼는 못 돼

용케 게이 아들과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을 키워서

할머니 소리 듣는 건
피했어도 말이야

해리에게

당신은
데이비드의 초연을 놓쳤어

날 사랑하고
엄마로서 존경하는

자식들이 있으면
정말 행복해

반면에 당신은

평판이 날로 떨어지지

나 따라왔어요?

아니요

허름한 오토바이는
어디 있어요?

데이트하러 가요?

어머니 묘에 가는 길이에요

미안해요

데이트하러 가요?

오랜 랍비 친구를
만나러 가요

랍비들은

만나서 무슨 얘기 해요?

율법요

재밌겠네요

두 번씩 담그면 돼

너무 오래 두지 말고

온종일 걸리겠다

마지막으로 언제 인화했어?

몇 년 전에

몇 년 됐어

그런데 나보고 미쳤다지

아버지에게

애나벨이 911 테러 사진을
드디어 인화하기로 했어요

전 그날 처음으로
남자와 사랑을 나눴죠

옳으면서도

잘못된 기분이었어요

사람은 세상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와 혼동하죠

공포를 마주해도
자기밖에 모른다니까요

타워가 무너진 게
제 탓 같았어요

제 눈물과 신음에
희생자들이 잠긴 것처럼

다른 남자의 가슴과
맞닿은 제 가슴이

끔찍한 비극에
일조한 것처럼요

- 너희...
- 엄마!

난 들어가지 마시라고 했어

나가세요

너희 눈이 빨갛더라

반려동물 가게에서 파는
알비노 토끼들처럼

컴컴한 데 있었으니까요

타임즈 봤어?

아니요, 보셨어요?

그 별종이 자는 척했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더구나

지금 아침 9시예요

신문이 언제 나오는지 몰라?

오빠랑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난 너희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

베이글도 가져왔어

- 잡았어요
- 좋아

돼지는 신경 쓰지 마

숙일 때 손을
새끼손가락 뒤에 두고

날 향하게 해

야구를 할 때

공을 잡으면

- 손이 여기 있는데 왜지?
- 몰라요

공을 잡아서
바로 던지려는 거야

- 네
- 손이 여기 있으면...

야구를 보긴 하나?

- 그럼요
- 어디서 봐?

스포츠 채널요

- ESPN요
- 누구?

- 스포츠 채널요
- TV 말이군

로젠머크 씨

새끼 돼지를
정말 좋아하시길래

내가 이걸 만들었어요

고마워요
좋아한다기보다는...

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않아서

- 얘가...
- 해리

누구를 좋아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죠

정말 고마워요

- 죽이네
- 입 다물어

둘이 사귀어요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난 에우세비우스 신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직접 만난 건 처음이지만
편지를 썼어요

해리 '로젤메브' 맞죠?

네, 로젠머크예요

- 앉으세요
- 고마워요

음료라도 드릴까요?

괜찮아요
난 쾌락을 좇지 않아요

고정 관념을 거부하는군요

물 줄까요?

그것도 쾌락을 좇는 겁니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죠

그래요, 미안해요

'로젠메르트'라면
벨기에 이름인가요?

로젠머크고
폴란드 이름이에요

- 난 벨기에인이에요
- 바로 알겠더군요

집이 지저분해서 미안해요

내 반려동물인 유다가...

유다라니 우리 종교를
조롱하는 겁니까?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얘기가 길어요

무슨 일로 왔죠?

이곳을 떠나시고
우리 걸 돌려주시죠

그게 뭔데요?

이 땅요

여러 문서에 따르면...

여기에 발을 들인 순간
날 압도한 감정만 봐도

여긴 구세주 예수님이
살았던 곳이에요

이곳은 인류가 공유해야 해요

여긴 예수님이 살았던
집터라고요

느껴지나요?

떨림이 느껴지지 않아요?

느껴져요, '로젤메트' 씨?

로젠머크예요
안 느껴져요

교황님이 편지를 보낼 겁니다

당신처럼 웃어넘길 일로
생각하지 않죠

직접 오실 수도 있어요

좀 피곤하니...

편지로 써서 보내 주세요

보냈어요

아직 답장을 못 받았죠

우린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로젠메르' 씨한테서 이 터를 사서
세상을 바꿀 겁니다

옛날 옛적에

유대인과 무슬림과
교황님과 제가...

술집에 들어갔나요?

그런 농담이 있어요

농담이 떠오르면 편지를 써요

당신이 농담 거리예요
'로젠모브' 씨

당신이 농담 거리죠

신이 내 속에 계시니
난 돌아올 겁니다

예수님이 돼지우리에
재림하진 않을 거예요

- 이거 해
- 정말요?

- 그래
- 아끼시는 거잖아요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

알았어요, 갈게요

나 대신 아빠한테 뽀뽀해 줘

다른 사람한테 뽀뽀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데이비드한테
연락하라고 하고

이걸 통곡의 벽에 넣어 줘

나한테 중요한 거야

SNS가
훨씬 효과 좋은 거 알죠?

아무튼 부탁해

알았어요

애나벨, 잠깐만

이거 받아

괜찮아요, 아빠가...

혹시 모르니까 받아

알았어요

옷 좀 사고 취해 버려

- 남편도 찾고
- 맙소사

이제 갈게요

뚱뚱한 거 봐요

나는...

키우는 부분만 생각했지

도축은 생각하지 않았어

맛있는 햄이 될 거예요

길이 막히니까
여기에 좀 더 두지

어차피 도축장까지 못 가

좀 더 둬

- 알았지?
- 네

카탄 랍비와는
어떻게 됐어요?

안식일 저녁에 초대받았어

보통 그럴 때 뭘 가져가지?

난 불교 신자예요

- 그렇군
- 인터넷에 검색해 봐요

완벽한 프카일라를 만들려면

우선 시금치 1.5kg을

씻고 잘라서
커다란 솥에 넣고 튀겨

갈색으로 변하면
잘 뒤적이는데

탄 자국이 생기지 않게
계속 저어

이건 작품이니 조심해야 해

시금치가 어두운색이 되고
바삭해지면

물 2리터를 솥에 부어

중간 크기 양파를
썰어서 넣고

어머니와 달리 후겟 숙모님은
양파 넣기 전에 물을 넣었어

이 부분은 의견이 나뉜단다

그 후 마늘 세 쪽을
으깨서 넣고

다음으로 향신료를 넣는데

아주 얇게 썬
신선한 박하 10잎

계핏가루 두 수저

소금과 후추지

재료들이 섞이기 시작하면

부글부글 끓는데
그때 고기를 넣어

율법에 따라 도축한 거로

우족이 괜찮아

소 전각 1kg에

송아지 고기를 넣는 게
내 비법이야

그러고 낮은 불에
3~5시간 끓여

오래 끓일수록 좋아

뜨겁게 내면 정말 맛이 좋지

랍비?

- 평안하십니까
- 평안하십니까

선물로 책 바구니를
가져왔어요

친절하시군요

안전하게 가고 싶었어요

전화를 한 통 해야 하는데

내 농장에서는
신호가 안 잡혀요

혹시 잠깐 통화할 데가
있을까요?

뒤에 있는 정원으로 가세요

식사를 시작하면 휴대폰을 끄니
짧게 통화해요

내 통화 요금제가
무신론자라 다행이군요

행운을 빌어요

고마워요

모니카

당신 메시지 받았어

무슨 일이길래
바로 전화하라는 거야?

알았어

자식들은 괜찮나요?

애들 엄마 일이에요

구제 불능인 사람이죠

구제 불능은
영원히 사는 줄 알았어요

해리 아저씨

'사이먼', 얘가 왜...

내 큰아들 '시몬'을 알아요?

- 아멘
- 아멘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프카일라를 먹어 봤어요?

안 먹어 봤어요

보기보다 맛있어요

그렇겠죠

믿을게요

맛있어요

뭐...

우리 무덤을 지은 셈이니
벽으로 포위되는 것 같기도 하죠

세상에는 벽이 너무 많아요

난 사무실에서

이혼하는 부부들과
상처받은 여자들을 봐요

돈을 줘서 달랜다고 생각하지만
수치스러워해요

더 많은 걸 요구하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다른 걸 원하거든요

한번 잃어버리면
영원히 사라져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부심이 강하지만

오래전에 사라진 걸
되찾으려고 해요

과거요

이스라엘 전체가
자기들 거라도

만족하지 못했을 거예요

정치 얘기는 이만할까?

그래

시간이 늦었으니
집에 가 볼게요

안 돼요
그건 수치예요

또 돼지 얘기예요?

아니요, 얘기는 하겠지만
그게 아니에요

랍비로서
운전하게 둘 수 없어요

아브라함, 쉿

잘 시간이야

잘 자렴

내 아들 시몬이

다음 달에 18살이 돼요

온종일 율법을 공부하긴 싫어서
입대하기로 했죠

- 여긴 이스라엘이니까요
- 네

하지만 시몬은 신과 전쟁보다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들이 있나요?

죄송하지만
혼자 입양한다고 신청하셨고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히셨죠

그게 문제가 되나요?

자주 출장을 다니고

수입을 보면
직업이 불안정해요

난 뉴욕에서 잘나가는
극작가예요

신과 관계 문제도 있고요

누구랑 문제가 있다고요?

게다가 성 정체성도 걸려요

죄송하지만 승인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동성애자 극작가는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전 그렇게 말 안 했어요

딱 그렇게 말했죠

사실

말이 좀 과했어요

시간 내 줘서 고마워요

우린 아기를 키울 거야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마

책임진다고?
어떻게?

찾아낼 거야

아니면 공원에서
납치하지, 뭐

아무도 찾지 않을
미운 오리 새끼로

고마워

여긴 예수님의 터입니다

모니카

해리?

또 실수로 전화했어?

아니야, 애나벨이랑
연락이 안 돼

전화를 안 받아서
좀 걱정이 되네

여기서 로켓을 쐈는데...

- 애가 혼자 있다니 걱정돼
- 아니야

어제 나한테 문자를 보냈어

애나벨은 괜찮아

데이비드한테 물어볼게

그래, 고마워

해리

사랑하는 사람한테

소식을 듣지 못하면 두렵지?

그래

우리가 이혼하기 2년 전에
당신은...

설명도 없이 일주일간 떠났어

떠나야 했다고 했지

당신이 바람피운 거라면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꾸며 냈을 것 같더라

이제 알아야겠어

어디 갔었는지 말해 줄래?

과거로 묻어 두게

있잖아

애나벨이 잘 있는지
확인해 봐

알았어

- 모니카
- 응?

미셸이 잘해 줘?

응

항상 당신을 사랑했지
망할 놈

질투는 여기까지

죄송하지만
히브리어는 못 해요

여기서 뭐 해요?

왜 넘어가려고 해요?

보고 싶어서요

이유가 없으면 못 넘어가요

방금 이유를 말했잖아요

당신 기자예요?

아니요
직접 보고 싶을 뿐이에요

저기요

어렸을 때
여름마다 여기 와서...

우리가 못생긴 벽으로
추억을 망쳤나요?

네, 그래요

망쳤죠

히브리어는...

- 국적이 뭐예요?
- 미국요

뭐 하나 동의할 줄 모르는
이 나라에서

90%가 이 벽을
세워야 한다고 했어요

나이트클럽에서 놀던
10대들이 폭발로 죽고

한 가지 문제에 관해선
동의하게 됐어요

네, 기억해요

그 기사를 읽은 걸
기억하겠죠

얘기를 들은 걸
기억하거나요

저쪽으로 넘어가면

오늘 밤에
못 돌아올 수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돼요?

저 사람들한텐 분리의 벽이니까
무시한다고 느끼겠지만

우리한테는 보호의 벽이에요

무시하는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처죠

알았어요
사진은 찍어도 돼요?

SNS에 올리려고요?

- 가요
- 알아들었어요

그쪽에서
이따위 쪽지를 보냈어요

자정에 만나자네요

어디서요?

어둠의 성모 어쩌고 성당요

어디 있는지 알아요?

난 랍비예요
성당에 안 가요

파르마 햄을 먹으며
성당에 들어가면

서로 상쇄되나요?
지옥에 두 번 떨어지나요?

한심한 농담은 됐으니까

집에 가서 그 신부는 잊어요

광신도예요
가톨릭도 아니죠

진짜 신부는 말도 안 섞어요

작년에 피자를
시성하려고 했거든요

성모 마리아 모양이라면서요

재미있네요

- 해리
- 왜요?

수두 걸려 봤어요?

6살 때요, 왜요?

애들 세 명이 수두에 걸려서

아내가 차로
병원에 데려갔어요

사울을 데려올 사람이 없죠

내가 갈게요

고마워요

성당 근처에는 가지 말아요

당신을 십자가에 매달 거예요

개종하거나요

어르신을 모른대요

안다니까요

요즘 일이 많아서요

- 성함이...
- 로젠머크요

애들 아빠가
날 보낸다고 말 안 했어요?

아슈케나즈 유대인이 온댔는데
좀 애매해서요

애가 너무 무서워하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이해해요

고마워요

아저씨, 기다려요

돼지 스카프가 망가지겠어

세상에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약속해요

좋아

여기까지 합시다

즐거웠으니 이만 가요

경찰을 불렀어요

여기에 전화가 없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죠

당신이 약 빤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무슨 뜻이에요?

미쳤다는 뜻이랍니다

그럼 무서워서라도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야겠네요

위협하는 겁니까?

난 말을 전할 뿐이에요

신이 당신보고
떠나라고 했어요

내 농장을 살 수 있도록
공증해 준 신이에요?

여긴 농장이 아니에요

주님의 집이죠

그럼 전화기를
설치해 주지 그래요?

저리 비켜요

미안하다

네 행방을 몰라서
얼마나 걱정한지 아니?

돌아 버리는 줄 알았어

네가 괜찮은지
어디 있는지도 몰랐지

무슨 생각이야?

사라 로젠머크를 추모하며

왜 우리는 자신을 묻을까?

살아 있을 때 왜 묻겠어요?

에스메랄다랑 토미 얘기는
이제 잊어

일이 안 풀리는 경우도 있어

네 앞에도
아름다운 얘기가 많을 거야

아름다운 얘기 말이야

아빠는 절대 안 죽을 거죠?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죽니?

너 몇 년은 더
상담받아야 하잖아

나랑 점심 먹으려고
여기에 오곤 했지

당신 가슴을 보여 주는 날이
오길 바랐어

이제 당신 종양을 보네

섹시해?

이만 내려가자

맨해튼 최고의 스시를
맛보여 줄게

다들 자기네가
맨해튼 최고의 스시래

척추 지압사도 최고라지

다들 최고일 순 없잖아

맞아, 그런데
내가 아는 식당은 최고야

그렇겠지

최고의 척추 지압사도 있어

사시미를 먹는 동안
척추를 교정해 줘

재능이 뛰어나지

그래

가자

데이비드 로젠은 누구인가?

옆 방의 그 사람
데이비드 로젠 신작

아버지에게

코스튬을 입은 것 같아요

아빠는 진짜 랍비가 되기 전에
랍비 옷을 입었어

네가 되어야 할 존재가 되면

더는 코스튬으로
느껴지지 않을 거야

우리 길을 찾고 나면

코스튬이 아니게 되지

길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단다

걱정 말렴

아빠

참 잘 어울리는구나

꼭 맞네

여기에 겨울이 있는 걸
깜빡했어요

- 오빠가 그러는데...
- 돈 말이야

괜찮아요
알아서 해결할게요

그래

그러는 편이
너도 훨씬 행복할 거다

- 아빠는요?
- 뭐가?

돼지를 키우니까 행복해요?

그래, 돼지가
날 행복하게 하지

- 그러다 슬퍼지지만
- 그래요

아빠를 위해
오래 머물지 않는구나

있잖아

애나벨

엄마를 잘 돌봐 줘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게, 자식들은

부모가 늙어 가는 걸
못 보거든

사랑한다

조심해

아직도 성별을
알고 싶지 않아요?

- 네
- 알고 싶어요

사람들은 영화에서
항상 대단한 일을 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고래와 수영하지

별것 아닌 것처럼

나는...

그런 거 싫어

그저

너랑 데이비드와 있으면서
어떻게 될지 보고 싶어

언제 태어나니?

언제 태어날까?

한 달 남았어요

엄마도 곁에 있을 거예요

두고 봐요

정말 달리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내일 죽는다면

아조 선생님을 보러 갈 거야

못된 년이라고 말해 줘야지

항상 네 그림이
이상하다고 나불댔어

무슨 사람이 그래?

제 1학년 때 선생님을
보러 간다고요?

형편없는 선생님이었어
엄청 못됐지

활기라곤 없었어
선생 자격 실격이야

널 망가뜨린 것 같아

- 뭐 해요?
- 선생님 보러 갈래

난 오랫동안 참았어

엄마

죄송해요

랍비

언제까지 내가 평안하게
햄을 먹도록 둘 겁니까?

새끼 돼지가 몇 마리나
농장을 거쳐 갔죠?

200마리 정도요
왜요?

당신은 유다라는 돼지를
자식처럼 돌보죠

네, 많이 아껴요

언제 튀겨서 먹을 거예요?

미쳤어요?
유다는 안 먹어요

유다의 가족만 먹나요?

정신과 의사는
이스라엘에도 많아요

친절도 하셔라

어떤 종교에서는
돼지를 먹는 걸 금하죠

위생 문제 때문에요

내 생각은 달라요

돼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비슷해요

안데스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생존자들이
다른 승객들을 먹었는데

돼지고기 맛이 났대요

팔 털을 태우면
돼지고기 맛이 나죠

돼지도 생존을 위해
뭐든 해요

자기 배설물은 물론이고
동족도 먹을 거예요

우린 짐승과 구분된
인간이라는 걸 되새기려고

돼지를 안 먹는 거예요

하산한테 이유를 물어봤어요

왜 무슬림은
돼지를 못 먹느냐고요

뭐라던가요?

신이 금했으니 안 먹는다면서

유대인들은
생각이 너무 많댔죠

유대교는 믿음이 아니라
탐구의 종교라서 그래요

헤어나 메이크업

혹시 리처드 제이컵이에요?

타임즈에서 끝내주는
연극 리뷰를 쓰는 작가요

맞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내가 옆자리에 앉았어요

데이비드 로젠의
새 연극을 볼 때요

고생하셨겠어요

아니에요
연극은 좋았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코를 골아서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시작하자마자 잠들었어요

맞아요

커튼이 올라가기도 전에요

그런데도 연극 리뷰를 써서
정말 놀랐어요

뚱뚱한 여자가 매력 없는 건
벗겨 보지 않아도 알죠

우리 아들과

아름다운 뚱뚱한 여자들의
복수예요

내가 대신 말하는데

엿이나 잡숴요!

세상에

미쳤나 봐
이게 무슨 꼴이야?

뭐 저런 여자가 있어?

- 죄송해요
- 와인 더 주문해

암에 걸려서요
죄송해요

작가님, 죄송해요
이해해 주세요

난 죽어 가요

그리고 못되게 구는 건

나쁜 행동이에요

못되게 굴지 말아요

건너야 할 강이 많은데

아무리 찾아도

길이 안 보이네

길을 잃은 걸까?

천천히

도버의 하얀 절벽을
따라 걷네

건너야 할 강이 많은데

건너야 할 강이 많은데

내 의지만이

날 살아 있게 해

난 수년간 갖은 고생을 했어

갖은 고생을 했어

내 자존심 때문에

겨우 버티고 있지

이 외로움은 날 떠나지 않네

혼자인 것도 지겨워

지겨워

내 여인은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날 떠났지

뭐, 이해할 수밖에

건너야 할 강이 많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난 시간을 버네

때로는 속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해

건너야 할 강이 많은데

아무리 찾아도

길이 안 보이네

이 망할 놈!

망할

가만 안 둬

이놈을...

망할 놈의 성당으로 갑시다

당장요

출발해요

난 안 들어가요

멍청한 짓 하지 말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기다리자

주여, 용서하소서

해리, 정신 차려요

내 말 들려요?

셔츠 입고
디저트라도 먹으러 나와

내 마흔 번째 생일이잖아

못 나가

이 아파트에 틀어박힌 지
몇 달째야

글 쓰느라 바쁜거 알잖아

누구한테 쓰는데?

편지 말고

살아 계실 때
어머님을 보러 가

잘 들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돼

죽음을 직면하면
다들 반응이 달라

이건 당신 죽음이 아니야

자기밖에 모르네
이건 어머님 죽음이야

비쩍 말라서
우리 눈앞에서 죽어 가셔

나한테 무슨 부탁을
하셨는지 알아?

네 빨랫감을
계속 가져와 달라셨어

그렇게밖에
너랑 소통할 수 없으니까

네 빨랫감 말이야

그런데 어머님을
보려고도 안 해?

누가 당신보고
죽음과 맞서래?

어머님은 살아 있어

살아서 싸우고 있는데
당신은 보지도 않지

우리 가족은 원래 이래

서로가 서로의 죄수지

하지만 우린 가족이야

서로 접촉하지 않고

같이 요리하고 먹고
태어나고 죽지 않는 가족

편지만 쓰지

멀리서 서로를 느껴

그건 당신 가족이 아니라
당신 아버지야

두려운 일이 생기면
당신은 숨기 바빠

불쾌하고 불편한 일들을 피해

아버지 뒤에 숨는 거야

그게 사랑일까?

아버지는 여기 없잖아

꺼져

알았어

어머님 보러 안 가면
우린 끝이야

축하해요

내일 못 오는 거 알죠?

네, '욤 키푸르' 니까요

속죄일요

왜 그렇게 말해요?

뭐가요?
왜 그렇게 예민해요?

아무튼 몸이 좋지 않으니

굶지 마세요

- 안 굶어요
- 그래요

모셰

고마워요

그럼...

랍비 씨

네, 로젠머크 씨

궁금한 게 있는데

사랑처럼 우정도
고백해야 하나요?

그럴 거예요

침묵으로요

- 나야
- 그래, 모니카

- 혼자 있어?
- 그럼, 들어와

무슨 일이야?
숨을 헐떡이는데 괜찮아?

내가 뭘 했는지 알아?

스카이다이빙?

우선

손녀한테 줄
온갖 선물을 샀어

여자애야
아무도 모르지만 난 알지

그렇겠지

여자애가 꿈꿀 만한
모든 선물을 샀어

태어난 순간부터
21살 생일까지

난 항상 여기 있는 거야

요정 할머니로

당신은 항상
여기에 있을 거야

미셸

난 응어리를 다 풀었어

못된 사람들한테
한마디 했거든

기분이 어때?

살아 있는 것 같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애들한테 보이기 싫어

나의 자식들에게

난 슬픔과 기쁨을
모두 누렸어

엄마가 됐을 때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지

나라는 흔적을 남기려고
최선을 다했어

너희가 너희 퍼즐 조각을
찾도록 말이야

너무 빨리 떠난다고
수도 없이 생각했어

나의 자식들에게

행복으로 가는 지침을
남겨 줘야 하는데

난 너희에게
행복을 찾아주려 했어

내 평생의 임무였지

너희가 항상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

데이비드에게

전화가 울리고

애나벨이 네 엄마가
세상을 떳다고 했을 때

난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흐느꼈단다

데이비드, 애나벨

너희 이름이 영원히
빈방에 울릴 걸 생각하면

안심이 되면서도 슬퍼

너희 아빠와 헤어지고

너희가 아빠를 만나러 가면

난 너희 침대에 누워서

너희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운다고 상상했어

너희는 아빠 집에서 자는데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너희가 멀리서
내 손길을 느끼고

안심할 거라고 상상했지

사실 날 안심시킨 거야

너희가 곁에 있다고
상상하며 잠들었거든

마지막으로 울었을 때가
네가 태어났을 때인데

기쁨의 눈물이었어

난 어머니를 위해 울지 않았지만
널 위해 울었단다

내가 어디로 가든

항상 너희 곁에 있을 거야

매일 밤 너희 머리를
쓰다듬을 거야

약속해

여보세요

애나벨

오빠, 문 열어

당장 이 문 열라고!

엄마가 돌아가셨어!

빨리 문 열어
나 혼자선 못 해

엄마가 돌아가셨다니까

- 문 열어
- 그만해!

애나벨

너 양수 터졌어

다들 자신은 모르는
힘이 있어

- 가자
-슬픔도 있지

난 너한테 편지를 쓴다

너한테 돌아가

너와 6년도 넘게
얘기를 안 했는데

언젠가

너도 아빠가 되겠지

그날이 오면

후회하며 고통스러울 거야

마지막에
엄마를 보지 않았으니까

난 너를 이해한단다

유감이야

우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아

나도 너한테 똑같이 했지

전부 진실이 아니라고
결정했어

네가 나한테 보여 준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들한테만 존재하고

나의 데이비드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 안녕
- 왔어?

내 마음속에서

넌 아름다운 금발 여자와
결혼했어

- 내 마음속에서
- 괜찮아?

넌 아들을 낳았고
난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흔들지

내 마음속에서 넌 의사야

- 우린 같이 체스를 둬
- 좋다

내가 이길 줄 아는데

매번 네가 날 이겨

난 네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모르지

내 마음속에서

넌 다른 남자와
키스하지 않아

내 마음은 눈물과 후회로
가득하단다

시간은 너무 짧고

난 너한테 화났었고
지금도 화났어

왜냐하면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은
수용소에서 살아서 나왔고

두려움 속에서
나를 품었으니까

병약한 젖먹이였던 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했지

그러고 널 태어나게 했어

네가 모든 걸 멈추도록

네가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죽음과

우리 가문의 끝과

슬픔에 말이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

누가 이름에 신경 써?

생존자들?

그 사람들도 죽어

모든 건 끝이 온단다
나도 마찬가지지

나도 죽어

목요일 카디시에 맞춰서 가마

사랑했던 사람을 묻고

아버지로서
너와 네 동생을 지킬 거야

곧 너희 세 사람은...

모니카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다른 생명이 탄생했잖니

날 용서해 주렴

내 침묵은...

데이비드

그건 사랑의 소리였어